다른 논문의 표·그림, 출처만 쓰면 될까? 재사용 허가 판단 순서

한쪽에는 원본 논문의 표와 도식이 놓이고 다른 쪽에는 복제·수정·새 작성으로 갈라지는 세 경로와 라이선스 문서가 연결된 구성

원고를 거의 완성한 뒤 공동저자가 “이 그림은 다른 논문에서 가져온 것인데 허가를 받았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출처는 적었고 색과 글자도 바꿨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투고 단계에서 원본 권리자 확인과 허가 문서를 요구받으면 그림을 다시 만들거나 제출을 미뤄야 한다.

핵심 결론은 참고문헌 인용과 저작물 재사용 허가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논문을 인용했다고 해서 그 논문의 표·그림이라는 표현물까지 자동으로 복제하거나 수정할 권리가 생기지는 않는다. 판단할 때는 출처를 적었는지가 아니라 원본 표현을 얼마나 가져왔는지, 어떤 라이선스가 적용되는지, 누가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투고 학술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차례로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은 2026년 10월 2일 기준으로 Creative Commons, STM Association, 국내 저작권 관련 공식 자료와 학술출판사의 공개 지침을 검토해 실무 절차를 정리했다. 특정 이용이 국내법상 적법한 인용이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아래 내용은 법률 자문이 아니라 원고 제출 전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점검 기준으로 이해해야 한다.

먼저 세 가지 사용 방식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정한다

표·그림을 넣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파일을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방식을 분류하는 것이다. 아래 세 유형은 필요한 확인 절차가 서로 다르다.

사용 방식 판단 기준 우선 조치
원본 복제 표·그림 전체 또는 핵심 부분을 원래 표현과 사실상 같은 모습으로 사용 라이선스 또는 권리자의 재사용 허가 확인
수정 재사용 색, 글꼴, 언어, 배치, 일부 요소를 바꿨지만 원본의 구성과 시각적 표현이 남아 있음 개작을 허용하는 라이선스인지 확인하거나 수정 허가 신청
독립적인 새 작성 아이디어나 공개된 수치만 참고해 구조·분류·강조 방식과 그래픽을 새로 설계 근거 자료를 인용하고 원본 표현이 남지 않았는지 점검

화면 캡처, 이미지 파일 복사, PDF에서 잘라낸 표는 대체로 원본 복제에서 출발한다. 반면 원 논문의 수치를 다시 계산해 새로운 질문에 맞는 그래프를 만들었다면 독립적인 새 작성에 가까울 수 있다. 다만 원본 표의 행·열 선택, 항목 배열, 색상 체계와 설명 구조까지 그대로 따르면 숫자를 다시 입력했더라도 표현의 재사용 문제가 남을 수 있다.

1단계: 논문 페이지에서 라이선스와 권리자를 확인한다

논문이 무료로 열리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오픈액세스는 접근 방식이고, 재사용 범위는 해당 논문에 표시된 라이선스가 정한다. 논문의 HTML 페이지와 PDF 첫 페이지 또는 끝부분에서 저작권 문구, Creative Commons 라이선스, 개별 표·그림의 출처 표시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Creative Commons의 공식 라이선스 안내에 따르면 CC BY는 출처 표시를 조건으로 상업적 이용과 개작을 허용하지만, SA는 개작물에 동일한 라이선스 조건을 요구하고, NC는 비영리 이용으로 범위를 제한한다. ND가 포함된 라이선스는 변경된 형태의 공유를 허용하지 않으므로 번역, 요소 삭제, 구조 변경처럼 개작에 해당할 수 있는 작업은 별도 허가가 필요할 수 있다.

논문 전체에 CC 라이선스가 표시돼 있어도 모든 그림이 그 라이선스에 포함된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저자가 다른 출처에서 허가받아 실은 사진, 지도, 검사 도구, 척도, 삽화에는 별도의 권리자가 있을 수 있다. 그림 캡션에 “Reprinted with permission”, 별도의 저작권자 이름 또는 해당 자료가 논문의 라이선스에서 제외된다는 문구가 있으면 그 제3자 자료의 권리자를 다시 찾아야 한다.

오픈 라이선스 자료의 캡션에는 무엇을 남겨야 하나

CC BY 4.0의 공식 한국어 이용허락규약은 제공된 범위에서 창작자 표시, 저작권 고지, 라이선스 고지, 원자료 링크를 유지하고, 자료를 변경했다면 변경 사실을 밝히도록 요구한다. 학술 원고에서는 보통 저자와 원 논문, 라이선스명과 링크, 변경 여부를 그림 캡션이나 권리 고지에 모아 기록하는 방식이 실용적이다.

예를 들어 CC BY 4.0 그림을 번역하고 색상을 바꿨다면 다음과 같은 구조로 기록할 수 있다. 다만 실제 문구는 목표 학술지의 캡션 규칙에 맞춰야 한다.

그림 2. 연구 절차. [원 논문 저자, 연도, 논문명]의 그림을 번역·수정함. 원자료는 CC BY 4.0 라이선스로 제공됨. 변경 사항: 용어 번역, 색상 및 배치 조정.

“오픈액세스 논문에서 가져옴”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라이선스 조건을 충분히 기록했다고 보기 어렵다. 어떤 라이선스인지, 수정했는지, 원자료를 어디서 확인할 수 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2단계: 원본을 그대로 쓴다면 허가 경로를 찾는다

라이선스가 재사용을 허용하지 않거나 구독형 논문의 표·그림을 복제하려면 권리자를 확인해야 한다. 논문 저자가 그림을 만들었더라도 출판 계약에 따라 출판사나 학회가 재사용 허가를 관리할 수 있다. 반대로 캡션에 제3자 권리자가 표시돼 있다면 출판사가 아니라 해당 기관, 작가 또는 원 출처에 요청해야 한다.

출판사 사이트에는 보통 RightsLink와 같은 권리 처리 시스템이나 별도 신청 양식이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Elsevier의 공식 허가 안내는 권리자 확인, 재사용 신청 경로, 원본 및 수정 그림의 처리, 출처 고지 예시를 구분해 설명한다. 이 절차와 비용은 사용 목적, 출판 형식, 발행 주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신청 화면에서 최종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STM Permissions Guidelines도 모든 학술자료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면책 규칙은 아니다. 2026년 10월 2일 확인 결과, STM은 2024년 6월 26일 갱신 지침을 공개하고 있다. 이 지침은 참여 출판사 사이의 자발적·상호적 제도이며, 단일 학술지 논문에 대해 한 참여 출판사의 자료 중 표·그림·이미지 합계 최대 3개 등의 무료 허가 범위를 제시한다.

그러나 수량만 맞는다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사용하는 자료와 새 논문의 출판사가 모두 적용 대상인지, 통지가 필요한 출판사인지, 특정 저널이나 자료 유형이 제외됐는지를 STM 참여 출판사 및 제외 콘텐츠 목록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 목록은 2026년 8월 26일 기준 참여 현황을 표시하고 있으며, 일부 출판사는 특정 인포그래픽, 검사 도구, 해부학 삽화, 저널 또는 도서를 제외한다.

색과 글자만 바꾸면 새 그림이 될까

색상, 글꼴, 선의 굵기, 축 이름이나 언어만 바꾸는 작업은 일반적으로 독립적인 새 그림을 만들었다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 원본과 같은 요소가 같은 관계로 배치되고 독자가 두 그림을 사실상 같은 도식으로 인식한다면 수정 재사용으로 분류하는 편이 안전하다.

독립적인 재작성에 가까워지려면 단순히 외관을 바꾸는 것보다 연구자가 전달할 논리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원 논문의 개념을 참고하되 자신의 연구 질문에 맞춰 항목을 다시 정의하고, 복수의 근거를 종합하며, 시각적 구조와 강조 순서를 새로 정해야 한다. 그래도 원 아이디어와 근거 문헌에 대한 학술적 인용은 남겨야 한다.

경계가 애매하다면 “Adapted from”이라고 적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표현은 수정 사실과 출처를 알리는 기능은 있지만, 필요한 권리자의 허가를 대신하지 않는다. 반대로 라이선스나 허가가 수정 이용을 허용한다면 변경 사실을 숨기지 않고 캡션에 명확히 적어야 한다.

표의 숫자와 표 자체의 표현을 나눠 본다

선행 논문에 보고된 관측값이나 통계 수치를 근거 자료로 사용하는 것과 출판된 표의 디자인을 복제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수치를 인용해 새로운 계산을 수행하고, 자신의 분류 기준과 배열로 표를 작성하는 경우에는 원본 표 이미지나 시각적 구성을 가져오는 경우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Elsevier의 공개 지침도 기존에 표나 그림 형태로 제시되지 않았던 데이터 또는 사실 정보를 이용해 독창적인 표·그림을 만드는 경우에는 통상 허가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출처는 밝혀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데이터베이스의 상당 부분을 추출하거나, 독창적인 선택·배열을 그대로 옮기거나, 계약상 이용 제한이 있는 데이터라면 별도 권리와 이용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실무적으로는 새 표를 만들 때 원본 PDF를 보면서 행과 열을 그대로 옮기지 말고, 먼저 필요한 변수와 분석 목적을 문서로 정의하는 것이 좋다. 이후 원자료 또는 복수 문헌에서 값을 확인해 재계산하고, 표 하단에는 “자료 출처”나 “저자 계산”을 구분해 기록한다.

허가 신청 전에 준비할 정보

권리자에게 문의하기 전에 다음 정보를 한 문서에 정리하면 신청 도중 조건이 바뀌거나 누락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 원 논문의 저자, 제목, 학술지, 발행연도, DOI와 표·그림 번호
  • 복제할 전체 자료 또는 패널, 범례 등 일부 범위
  • 그대로 복제하는지, 번역·색상 변경·요소 삭제 등 수정하는지
  • 새 원고의 제목, 저자, 목표 학술지 또는 출판사
  • 학술지 논문, 도서, 학위논문, 보충자료 등 사용 형태
  • 인쇄본과 전자본, 언어, 배포 지역, 예상 발행 시점
  • 새 논문을 오픈액세스로 출판할지와 예정 라이선스
  • 요청받은 캡션 문구와 권리 고지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지

허가서에는 특정 판, 언어, 매체 또는 1회 사용만 승인하는 조건이 붙을 수 있다. 받은 이메일과 허가증, 결제 영수증, 신청 번호를 원고 파일과 별도 폴더에 보관하고, 교정 단계에서 사용 범위가 허가 내용과 달라지지 않았는지 다시 확인한다.

상황별 캡션 문구를 구분한다

아래 예시는 기록해야 할 요소를 보여주는 틀이다. 권리자가 지정한 문구가 있다면 그 문구를 우선하고, 참고문헌 번호와 링크 표시는 목표 학술지 양식에 맞춘다.

  • 허가받아 그대로 복제: “[원 출처]에서 재수록. © [연도, 권리자]. 허가를 받아 사용함.”
  • 허가받아 수정: “[원 출처]에서 수정. © [연도, 권리자]. 허가를 받아 사용함. 변경 사항: [번역·요소 재배치 등].”
  • CC BY 자료 수정: “[원 출처]를 바탕으로 수정. CC BY 4.0. 변경 사항: [구체적 변경 내용].”
  • 데이터 기반 새 작성: “저자 작성. 자료: [문헌 또는 데이터셋]. 원자료를 재계산해 시각화함.”
  • 복수 연구의 개념 종합: “저자 작성. [문헌 A, B, C]의 개념과 결과를 종합함.”

“출처: ○○논문”만 적으면 원본 복제인지, 허가를 받았는지, 오픈 라이선스로 이용했는지, 저자가 새로 작성했는지 알기 어렵다. 캡션은 단순 참고문헌 표시가 아니라 자료의 권리 상태와 변경 이력을 독자와 편집부에 전달하는 기록이어야 한다.

공동저자 원고에서 자주 놓치는 자료

권리 문제는 최종 그림만 살펴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발표 슬라이드에서 복사한 도식, 연구계획서에 임시로 붙여 둔 이미지, 장비 회사의 제품 사진, 소프트웨어 화면 캡처, 웹사이트 지도, 설문 척도, 공동저자가 과거 논문에서 가져온 그림도 제3자 자료일 수 있다.

특히 “내가 저자인 논문”의 그림도 자동으로 자유 이용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과거 출판 계약에서 어떤 권리를 양도했는지, 저자 보유 권리로 재사용할 수 있는지, 그림 안에 다시 제3자 자료가 포함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학생이나 연구원이 만든 그림도 창작자와 권리 귀속이 불분명하다면 최소한 작성자, 작성 시점, 사용 동의를 기록해 두는 편이 좋다.

제출 전 점검 순서

  1. 모든 표·그림 옆에 원본, 수정, 저자 신규 작성 중 하나를 표시한다.
  2. 원자료의 버전 오브 레코드에서 저작권 문구와 라이선스를 확인한다.
  3. 각 캡션에서 제3자 권리자 또는 라이선스 제외 표시를 다시 찾는다.
  4. 재사용이 허용되는 라이선스라면 출처, 라이선스, 링크, 변경 사실을 기록한다.
  5. 허가가 필요하면 목표 출판 형식과 오픈액세스 여부까지 포함해 신청한다.
  6. 허가서의 범위와 실제 그림 파일, 캡션 문구를 대조한다.
  7. 공동저자에게 자신이 제공한 자료의 출처와 권리 상태를 확인받는다.
  8. 제출 시스템이 요구하는 허가 문서와 권리 기록표를 함께 업로드한다.

국내 저작권법에는 연구 등을 위해 공표된 저작물을 정당한 범위에서 공정한 관행에 맞게 인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공식 상담 안내도 인용 여부는 목적, 사용 비중, 주종 관계, 구별 가능성, 출처 표시 등을 고려하며 궁극적으로 개별 사안에서 판단된다고 설명한다. 전체 그림을 설명 자료로 싣는 모든 경우가 연구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허용된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최종 판단

다른 논문의 표·그림을 사용할 때 첫 질문은 “출처를 적었는가”가 아니라 “원본의 표현을 복제하거나 수정했는가”여야 한다. 그대로 사용했다면 라이선스나 권리자의 복제 허용 범위를, 수정했다면 개작 허용 범위를, 수치와 아이디어만 참고해 새로 만들었다면 표현이 실질적으로 독립적인지를 확인한다.

가장 안정적인 작업 방식은 투고 직전이 아니라 그림을 원고에 넣는 순간 권리 상태를 기록하는 것이다. 원 출처, 라이선스, 권리자, 변경 내용, 허가 문서와 캡션을 하나의 기록표로 관리하면 편집부의 추가 요청이나 공동저자 교체가 생겨도 판단 근거를 다시 찾기 쉽다.

검증이 더 필요한 부분

  • 목표 학술지의 최신 저자 지침이 요구하는 허가 증빙 형식과 캡션 문구
  • 사용하려는 논문의 버전 오브 레코드에 표시된 정확한 라이선스와 개별 그림의 제외 조건
  • RightsLink 등 실제 신청 화면에서 산정되는 비용, 이용 기간, 언어와 매체 범위
  • 비오픈액세스 자료를 오픈액세스 논문에 넣을 때 허용되는 제3자 권리 고지 방식
  • 국내법상 인용 또는 공정한 이용에 의존해야 하는 경계 사례에 대한 소속기관 담당 부서나 법률 전문가의 판단
  • 공동저자·학생·외부 디자이너가 제작한 그림의 권리 귀속과 서면 사용 동의

출처 및 확인일

Creative Commons 이용허락규약과 라이선스 유형, STM Permissions Guidelines 및 2026년 참여 출판사 목록,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작권법,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식 상담 자료, Elsevier 권리·허가 안내를 2026년 10월 2일 확인했다. 출판사 정책과 참여 목록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실제 투고 시점에 원문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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